Lee-Kil, Bora. Lee, Hyunhwa. Hwang, Jisung. We are CODA. Seoul: Gyoyangin Publication. 2019
*Recipient: Supporting grant for authorship and publication – Publication Industry Promotion Agency of Korea (2019)
우리는 코다입니다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 사이에서 (이길보라, 이현화, 황지성/교양인, 2019)
여기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가 있다.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 자녀. 수어(手語)로 옹알이를 하고 소리보다 먼저 손과 표정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는 사람. 온통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부모의 귀가 되고 입이 되는 통역사.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때도, 부동산에서 집을 계약할 때도, 부모님이 아파서 병원에 갈 때도, 학교에서 학부모 면담을 할 때도, 코다는 부모의 손말을 세상의 입말로 전하며 농세계와 청세계를 연결했다. 그렇게 두 세계에서 살며 두 세계를 넘나들었지만, 두 세계는 언어도 문화도 너무 달랐다. 더구나 ‘다수’의 청인은 ‘소수’의 농인을 그저 ‘결함’이자 ‘비정상’으로 여겼기에 두 세계를 가로지르는 일은 편견의 턱마저 넘어야 했다. 농세계와 청세계, 그 경계에서 어디에도 완전히 동화될 수 없던 코다는 물었다. 나는 어느 세계에 속할까? 나는 누구일까?
이 책은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의 경계인 코다가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전하는 삶의 이야기다. 네 명의 필자들은 코다의 시선으로 코다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면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더 나아가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경계인’으로서 살아온 그들은 자신의 언어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낯선 세상을 밝히고 우리 안의 편견을 보여주며 우리와 대화를 시도한다.
책 소개
* 이 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정상성이라는 허구의 안팎을 멋지게 횡단하고 돌파해낸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당당하게!”
_ 정희진 (여성주의·평화 연구자)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의 경계인,
‘코다’의 언어로 전하는 낯선 삶의 이야기
엄마는 스스로를 농문화에 속한 농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장애’라고 불렀고 때로는 ‘병신’, ‘귀머거리’라고 부르며 비웃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내가 바라본 엄마, 아빠의 세상은 너무나 반짝였지만 그것을 설명해내기에는 두 세상의 언어가 확연히 달랐다. 시각을 기반으로 한 수화언어와 청각을 기반으로 한 음성언어 사이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뿐만 아니라, 차별과 편견의 벽이 존재했다. 그래서 그 둘을 오가는 일은 고단했고 종종 외로웠다. – ‘코다라는 언어를 갖다’(이길보라), 122쪽
여기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가 있다.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 자녀. 수어(手語)로 옹알이를 하고 소리보다 먼저 손과 표정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는 사람. 온통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부모의 귀가 되고 입이 되는 통역사.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때도, 부동산에서 집을 계약할 때도, 부모님이 아파서 병원에 갈 때도, 학교에서 학부모 면담을 할 때도, 코다는 부모의 손말을 세상의 입말로 전하며 농세계와 청세계를 연결했다. 그렇게 두 세계에서 살며 두 세계를 넘나들었지만, 두 세계는 언어도 문화도 너무 달랐다. 더구나 ‘다수’의 청인은 ‘소수’의 농인을 그저 ‘결함’이자 ‘비정상’으로 여겼기에 두 세계를 가로지르는 일은 편견의 턱마저 넘어야 했다. 농세계와 청세계, 그 경계에서 어디에도 완전히 동화될 수 없던 코다는 물었다. 나는 어느 세계에 속할까? 나는 누구일까?
이 책은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의 경계인 코다가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전하는 삶의 이야기다. 네 명의 필자들은 코다의 시선으로 코다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면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더 나아가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경계인’으로서 살아온 그들은 자신의 언어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낯선 세상을 밝히고 우리 안의 편견을 보여주며 우리와 대화를 시도한다.
《우리는 코다입니다》는 한국 사회, 젊은 여성, 코다의 역사를 다룬다. 농인 부모 사이에서 청인으로 태어난 코다의 삶을 전하는 필자들은 정상성이라는 허구의 안팎을 멋지게 횡단하고 돌파해낸다. 이는 ‘농과 청을 다 아는 양날의 검’을 쥔 이들이, 기존의 세계를 상대화함으로써 칼날 대신 칼자루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당당하게! 보편의 반대는 특수가 아니라 차이이며, 차이를 둘러싼 논쟁은 현대 철학의 핵심이다. 이들의 삶은 차이(差異)를 차이(差移/차연差延)로 이동시킨다. 엄청난 실천과 이론의 장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책의 이야기에 몸을 맡기면서 함께 여행하며 행복했다.
– 정희진 (여성주의·평화 연구자)
‘코다’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이야기로
경계를 허물고 공감을 나누는 특별한 에세이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이길보라, 수어 통역사이자 언어학 연구자인 이현화,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황지성은 우리나라 유일의 코다 단체인 ‘코다 코리아(CODA Korea)’에서 만났다. 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낯선 존재인 ‘코다’를 드러내기 위해 책을 기획했고, 코다 이야기에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고자 한국계 미국인 코다 수경 이삭슨(Su Kyung Isakson)에게 글을 요청했다. 그 결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성 있는 코다들의 이야기가 모였다.
필자들은 이 책에서 ‘코다’의 정체성을 말하면서도 그 안의 다양성을 드러낸다. 부모에게서 수어를 배운 코다,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란 코다, 퀴어한 코다, 한국계 미국인 코다……. 그리고 자신들의 경험을 확장해 코다와 같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코다들은 경계를 허물고 공감을 나누며 장애인, 여성, 퀴어, 이민자를 비롯한 사회적·언어적 소수자들에게 다가간다. 농인을 위한 새로운 《한국수어사전》 편찬의 여정, 장애 여성의 성적 권리를 지지하는 운동, 소수자의 시선을 담은 영화 제작기, 이민 가정의 소수 언어에 대한 이해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타인과 연결된다. 코다를 말함으로써 코다처럼 다른 뿌리와 결을 지닌 자들을 긍정한다.
코다는 경계에 서 있는 존재다. 농문화와 청문화, 수화언어와 음성언어 사이에 서 있는 존재. 그래서 이 책은 코다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이 코다, 더 나아가 다양성과 고유성, 교차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경험은 이것과 달라, 하고 말하는 코다들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다양성은 코다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다.
또한 이 책의 부제에 쓰인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가 단순히 소리가 있고 없고로만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내게 있어 엄마, 아빠의 세계는 그 무엇보다 시끄럽고 활발하고 활기찬 곳이고 동시에 ‘침묵’이기도 하다. 나는 그 드넓은 침묵 속에서 그 누구보다 반짝이는 이들을 만났다. 이 책이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 사이에 서 있는 이들을 발견하고 명명하고 잇고 확장하기를 바란다. – ‘프롤로그’(이길보라), 16쪽